여름밤의 나는 종종 옥상으로 올라가 가만히 누워있고는 한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게서 여름밤의 냄새가 밀려오고 멀리서 파도치는 바다의 소리에 잠시 눈을 감으면 마치 몸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돌이켜보면 너에게도 여름밤의 향이 났다. 다른 계절은 다 어두운 밤이지만 유독 여름은 나에게 푸른색의 계열(그중에서도 어두운)로 다가왔다. 왠지 그랬다. 몸에 맞는 사이즈가 아닌 박시한 사이즈의 반팔 티를 입고 있던 너는 한쪽 팔 소매 끝이 살짝 접혀 올라가 있었고, 늘 슬리퍼나 쪼리를 끌고 나와 직- 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좋았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커지면서 네가 나에게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쪼리를 신지 않는다. 걸으면서 바닥을 끄는 소리가 날 때마다 네 생각이 났으니까 말이다. 한걸음 한 걸음에 마음의 무게가 실려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가끔은 네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줬으면 좋겠다.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음성은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눈을 감은 채 전화기로 전해져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코 끝을 스쳐 지나간다. 전화하는 걸 좋아하는 나를 위해 너는 줄곧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도 가끔은 내 번호를 누르며 망설이고 있었을까.


이제는 이 모든 게 나에게 향으로 남았다. 여름이 올 때마다, 바람이 나를 스칠 때마다 나는 너를 지울 수가 없다. 왜. 왜 너는 꼭... 


감정이 사무쳐 올 때 눈을 뜬다. 고요하고 적막함 만이 남아있다. 바람이 불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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